Close-up of a green apple being sliced with a knife, water droplets on the surface taken by Seoul based contemporary Korean Photographer Kim Sunik.

Artist Interview

김선익:

사진과 수집, 그리고 우연이 지닌 의미

Sunik Kim: Photography, collecting, and the meaning of chance

English | 한국어


제가 친구라고 부를 수 있어 영광인 김선익은, 제가 Art Rookie라는 아이디어를 처음으로 가볍게 꺼내 보였던 몇 안 되는 사람 중 한 명이었고, 인터뷰 요청에 가장 먼저 열정적으로 “네!”라고 답해 준 사람이기도 합니다. 그를 알아온 지난 시간 동안, 저는 그가 Vice, Harper’s Bazaar를 비롯해 대형 설치 작업에 이르기까지 점점 더 복합적인 프로젝트들을 진행하는 모습을 지켜보았습니다. 그의 작업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인터뷰를 진행하기 전까지는 그 프로젝트들의 규모와 그것이 그에게 개인적으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했습니다.

김선익은 아트북을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으며, 2026년 5월에는 교토그래피 포토북 페어에서 자신의 작업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그의 작업에 대한 보다 완전한 아카이브는 웹사이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인터뷰 형식에 대해 한 가지 덧붙이자면, 이번 인터뷰는 한국어와 영어를 섞어 진행되었기 때문에 대화를 두 언어로 모두 번역하여 나란히 게재하기로 했습니다.

Art exhibit by Seoul based contemporary Korean Photographer featuring a large photograph of a tree with a red birdhouse, displayed on a transparent panel inside a modern gallery with white walls, wooden ceiling, and stairs leading to an upper level.

엘리자베스: 우리가 처음 만난 게 벌써 10년 전이네요. 서울에서 스트리트 사진가로 함께 일하던 시절이 생각나요. 지금은 서로 전혀 다른 길을 걷고 있지만, 꾸준히 연락을 이어온 게 정말 반가워요. 그동안 해온 일과 성장 과정이 정말 자랑스러워요. 스트리트 사진가 시절부터 지금의 작업까지, 당신의 여정을 조금 들려줄 수 있을까요?

김선익: 처음 사진을 찍기 시작했을 때부터 이미 ‘사진가’ 혹은 ‘이미지 메이커’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제가 느끼는 감정이나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이미지 속에 스며들어요. 하지만 처음엔 솔직히 뭘 찍어야 할지도, 어떻게 찍어야 할지도 전혀 몰랐어요. 그래서 그냥 길을 걸으며 눈에 들어오는 형태나 물건, 장면들을 관찰하기 시작했죠. 아마 그게 모든 시작이었을 거예요. 지금도 그렇게 목적 없이 걷는 걸 좋아해요. 계획 없이 세상 속을 돌아다니는 그 감각이 좋아요. 일부러 찾기보단 우연히 마주치는 것들에 더 끌리는 편이에요.

저도 당신과 함께 ‘성장’했다고 느껴요. 제가 컬렉터가 되기 훨씬 전부터 알고 지냈으니까요. 그런 관계를 가진 사람이 많지 않죠. 요즘 컬렉터들이 동시대 작가들과 연결될 수 있는 좋은 방법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친구로서가 아니라, 새로운 작품을 발견하는 측면에서요.

꼭 정해진 장소가 있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사진을 찍는 일도 어쩌면 ‘수집’과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흥미롭거나 아름다운 걸 발견하면 그 순간을 포착하니까요.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특정한 장소’가 없는 것처럼, 훌륭한 작가를 만날 수 있는 한 곳이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죠. 결국 일상의 모든 순간이 주목할 만한 곳이 될 수 있어요. 컬렉터들도 그런 마음으로 접근하면 좋을 것 같아요. 본능을 믿고, 한 걸음씩 탐험하듯이요. 그렇게 우연과 발견 속에서 생겨나는 가치야말로 다른 어떤 것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것 같아요.

Display of photographs by Seoul based contemporary Korean Photographer Kim Sunik showcasing trees, leaves, and outdoor scenes, arranged in a grid pattern on a glass wall.

사실 저는 당신의 작품 중 하나를 가지고 있어요. 저는 그걸 ‘폴리오’라고 부르는데, 계절마다 작품을 바꿔 걸어요. 제가 가진 폴리오 중에서도 당신의 작품이 가장 많아요. 제 작업실 아트북 선반 옆에 걸려 있죠. 대부분 사진 작품은 단일 프린트나 책 형태로 수집하는데, 여러 작품이 함께 들어 있는 폴리오는 꽤 독특하더라고요. 이런 형식을 택한 이유가 있나요?

그건 2023년 개인전 Temporary Garden에서 비롯된 프로젝트예요. 그 전 해에 다른 작가들의 카탈로그만 전시하는 전시를 본 적이 있었는데, 그 책들을 넘기면서 마치 실제 전시를 다녀온 듯한 기분이 들었어요. 보통 사진전은 인화지를 액자에 넣어 벽에 거는 형태잖아요. 그런데 저는 책을 워낙 좋아해서, 전시 설치이자 동시에 카탈로그처럼 기능하는 작업을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또 새로운 방식으로 작품을 유통해보는 실험이기도 했고요. 그래서 사진용 인화지가 아닌 일반 용지에 인쇄하고, 300부를 제작했어요. 일종의 ‘공장 생산’처럼요. 전시를 본 사람들이 쉽게 집으로 가져가서, 각자의 공간에서 자신만의 ‘임시 정원’을 펼쳐볼 수 있도록요.

아, 그래서 그렇게 구성되어 있었군요. 듣고 나니 저도 작품들을 하나씩 거는 대신 벽에 전부 붙여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사실 사진 컬렉팅은 처음엔 조금 어렵게 느껴지지만, 책은 좋은 출발점이 되는 것 같아요. 조각과 읽는 매체의 경계를 넘나드는 예술 서적들이 정말 많잖아요.

최근에 두 번째 사진집을 발간하셨죠. 컬렉터의 입장에서 볼 때, 사진집이나 아트북을 볼 때 주목해야 할 점이 있다면 뭐라고 생각하세요? 그리고 왜 이런 책들이 어떤 컬렉션에서든 중요한 요소가 된다고 생각하나요?

좋은 책은 정말 많아요. ‘좋은 책이란 무엇인가’를 따지기 시작하면 끝이 없죠. 저는 작품 그 자체보다는 그 뒤에 있는 ‘작가’에게 더 관심이 많아요. 작가를 직접 만날 기회가 있다면 꼭 가요. 북토크든, 아트북페어든요. 작가의 이야기를 직접 듣고 교류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자신만의 기준으로 ‘가치 있는 책’을 정의할 수 있게 되죠.

맞아요. 동시대 미술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는 작가와 직접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인 것 같아요. 작품의 ‘왜’를 이해하면 그 자체로 작품의 무게가 달라지죠. 그래서 작가의 출처나 이력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동시대 작품의 첫 번째 컬렉터는 그 작품의 역사에 자연스럽게 포함되는 존재니까요.

사진가로서, 처음 수집을 시작하는 컬렉터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을까요?

중견 작가들은 이미 작업의 일관성으로 자신을 증명하지만, 신진 작가의 경우엔 ‘계속 만들어나갈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사실 작가 본인도 그걸 아직 모를 수도 있죠. 결국 컬렉터 스스로 판단해야 해요. 작가의 초기 시절부터 오랜 관계를 쌓아가는 건 양쪽 모두에게 굉장히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흥미롭네요. 저는 항상 작가가 작품을 판매할지 말지에 달려 있다고만 생각했는데, 컬렉터와의 관계가 작가에게도 의미 있다는 건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작가에게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작가가 작업을 하고, 컬렉터가 작품을 수집하는 동기가 무엇인지 각자가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겠죠. 저의 경우 단순히 작품을 판매해서 수익을 올리는 것이 목표나 동기는 아니에요. 삶을 살아가며 나와 세상의 관계를 끊임없이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이미지는 그 뒤에 잔상처럼 남는 것이죠. 이런 개인적인 생각이나 행위는 일반적인 관점에서 쓸모가 없다고 여겨져요. 저는 그런 것을 추구하고 있어요. 하지만 누군가 내 작업에 지적인 호기심과 함께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든든한 지원이 될 거에요. 반대로 컬렉터 입장에서도 작가의 초기 활동부터 어떻게 변화하고 발전해 나가는지 성장 과정을 함께 봐온다면 그것만으로도 특별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저는 같은 나이의 친구를 방문했습니다. 그녀는 정말 멋진 로프트 아파트에 살고 있었어요. 그 나이대에 이렇게 완벽한 스타일을 가진 사람은 처음 봤어요. 그래서 어떻게 그렇게 꾸몄냐고 물었더니 그녀는 이렇게 말했어요: "그냥 계속 보고, 계속 보고, 계속 보고."

저는 여전히 그 말을 기억합니다. 사실 저는 모든 수집가에게 그런 조언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보는 것에 집중하고 마음에 와 닿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내는 과정입니다.

요즘 마음에 와 닿는 것은 무엇인가요? 요즘 가장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저는 오랫동안 집과 작업실을 오가며 단순한 생활을 해왔고 요즘 특별하게 좋아하는 건 없어요. 다만 임시 정원(Temporary garden) 작업을 하고 그 이후 계속 집중하고 있는 주제는 자연스러움(Natural)이에요. 어떻게 자아의 무게를 내려놓을지, 어떻게 인식의 구조를 뛰어넘을지 매 순간 스스로를 관찰하려고 해요.

Abstract image of shiny, distorted metallic surfaces with reflections of greenery and sky by Seoul based contemporary Korean Photographer Kim Sunik.

요즘 보면, 신진 작가들은 우리 또래가 많고 이미 확고히 자리 잡은 작가들은 훨씬 연배가 있으시잖아요. 대부분의 작가가 자기만의 목소리를 찾기까지 긴 시간이 걸리는 것 같아요. 그런데 당신은 원래 사진가로 시작한 게 아니라 레이싱 드라이버였죠. 그 시절의 경험이 지금의 예술 작업에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나요?

레이싱할 때 썼던 기술이 지금 작업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진 않아요. 하지만 말씀드린 대로 저는 세세한 계획보다는 직관이나 우연에 의존하는 편이에요. 그런 태도는 아마 운전하던 시절에서 온 것 같아요. 한동안은 정말 진지하게 레이싱에 몰두했고, 그때는 인생에서 다른 일을 하게 될 거라고 상상도 못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완전히 다른 일을 하고 있잖아요. ‘아무리 큰 계획도 항상 뜻대로 되진 않는다’는 걸 깨달았던 경험이 지금의 저를 많이 만들었죠. 트라우마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때의 경험이 제 작업에서 ‘우연’을 받아들이는 태도에 영향을 준 건 확실해요. 요즘은 하나의 방식에 고정되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늘 열려 있는 상태로, 새로운 방향과 요소를 실험하려고 해요.

맞아요. 우리 나이쯤 되면 인생이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걸 진짜로 실감하게 되죠. 저도 요즘 그걸 배우고 있어요. 처음엔 실망스럽지만, 꿈이 이루어지지 않은 그 공간에서 오히려 큰 자유를 느끼게 되는 것 같아요. 꿈의 끝이 인생의 끝은 아니잖아요. 당신도 그렇게 느끼나요?

네 꿈은 필연적으로 미래지향적이고 기대감이나 희망을 품기 마련이지만 막상 경험하고 나면 허무해지거나 또 다른 꿈을 찾게 되는 것 같아요. 저는 무언가에 집착하는 마음을 어떻게 내려놓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집착함으로써 다른 가능성들을 다 닫아버리게 되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인생에서 무언가를 성취하기 위해서는 약간의 집착도 필요하기도 하죠. 결국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는 답이 없어요. 각자가 자기 방식으로 해나가야 하죠.

어떤 작가는 스스로도 수집가이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죠. 당신은 예술 작품을 수집하나요?

적극적인 컬렉터라고 하긴 어려워요. 저는 작품 그 자체보다는 그 안에 담긴 생각이나 사고의 과정에 더 끌려요. 그런 점에서 책이 그걸 가장 잘 보여주는 매체라고 생각해요. 이미지와 텍스트를 의미 있게 엮어내니까요. 가끔 해외 작가에게 직접 연락해서 독립출판물을 구입하기도 하는데, 그건 단순히 호기심이나 존경심에서 하는 일이지, ‘수집’의 목적은 아니에요.

Open magazines with images of yellow ginkgo leaves floating on dark water and a twisted tree branch on a concrete surface, placed on a white table by Seoul based contemporary Korean Photographer Kim Sunik.
Low-angle shot of an outdoor basketball hoop with orange rim and net against a cloudy sky by Seoul based contemporary Korean Photographer Kim Sunik.

최근에 새로 알게 되었거나 특히 인상 깊게 본 동시대 작가가 있을까요?

네, 얼마 전 알게 된 작가 마이클 E. 스미스(Michael E. Smith)가 있어요. 디트로이트 출신으로 주로 설치 작업을 하는데, 그의 작품에서 가장 흥미로운 점은 개입을 최소화하면서도 디트로이트의 낡고 소외된 공간들이 지닌 공기를 감각적으로 포착한다는 거예요.
아직 한국에서는 전시한 적이 없어서 직접 본 적은 없지만, 언젠가 꼭 실제로 그의 작품을 보고 싶어요.

[출간일에 맞춰 업데이트 예정]

마무리하기 전에, 귀한 시간 내주고 깊이 있는 답변을 들려줘서 정말 고마워요. 요즘은 어떤 일 하고 있어요? 작업물은 어디에서 볼 수 있을까요? 앞으로 어떤 계획이 있는지도 궁금해요?

Nighttime scene with a bright full moon in the sky and a silhouette of a multi-story building below by Seoul based contemporary Korean Photographer Kim Sunik.

이 인터뷰는 2025년 10–11월 사이 한국어와 영어로 진행되었으며, 번역 작업은 엘리자베스 로열이 맡았습니다.

사진은 김선익이 제공했습니다.

Kim Sunik, photographer, with shoulder-length dark hair, wearing a black t-shirt with a graphic face and the words 'You Can Skate Later' under a white coat, posing outdoors in a city with tall buildings in the background.